보스코.png

 

성모님을 통한 완전한 봉헌

 

박효철 신부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게 와닿는 시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밤과 어두움이 깊어질수록 빛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져가는 법입니다.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절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총과 자비의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은총과 자비의 때를 어떻게 활용하고 받아들이는가가 관건입니다.  "여러분은 지금이 어떤 때인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이미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로마 13,11.12).

 

일찍이 돈 보스코 성인은 묵시중에 풍랑에 시달리는 배(교회)를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두 기둥을 예견했습니다. 즉, ‘우리의 구원인 성체’와 ‘우리의 도움인 성모’였습니다. 여러 가지 도전과 유혹이 끊이지 않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완덕에 이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둥이 되는 것은 성체신심과 성모신심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뒤섞여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오늘날 가톨릭을 가톨릭 다운 신앙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신심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성체 안에 참으로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고 완전한 봉헌의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완전하고 안전한 길은 티없으신 성모성심을 통한 완전한 봉헌의 삶입니다.

 

medjugorje.jpg

 

내 티없는 성심은 너의 피신처가 될 것이며,

너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1) 봉헌의 의미
봉헌의 근본적인 목적은 하느님께 대한 흠숭입니다. 인간은 봉헌을 통해 하느님의 최상 주권을 인정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은혜를 구하며,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죄에 대한 속죄의 행위로서 하느님께 어떤 예물을 봉헌합니다. 구약의 이스라엘인들의 삶은 바로 이 봉헌의 삶이었습니다. 그들은 곡식이나 양, 염소, 비둘기 등 동물을 제물로 바쳐 죄를 씻고 성화되고자 했으며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느님께 헌신과 충성을 다짐하곤 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당신 자신을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하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으로써 봉헌의 의미를 가장 충만히 채우셨고 봉헌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성모님 또한 “이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자신을 봉헌하셨습니다. 봉헌의 대상은 오직 하느님뿐이십니다. 성모님께 봉헌 한다는 말은 타당하며 무슨 의미인가? 몽포르의 루도비꼬 성인(1673-1716)은, 하느님께 봉헌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뛰어난 주형이며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님을 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성모님께 봉헌하는 것은 성모님의 손을 거쳐서 예수 그리스도께 봉헌되고 그분께로 나아가는 가장 완전하고 안전하며 빠른 길이라고 가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완덕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분과 일치하고 그분께 봉헌되는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심중에서 가장 완전한 신심은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르며, 그분과 일치하고 그분께 자신을 봉헌하는 신심입니다. 그런데 모든 피조물 가운데 마리아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가장 친밀하게 일치 하셨습니다. 따라서 모든 신심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예수님께 가장 잘 봉헌하게 하고 친밀하게 일치시키는 신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대한 온전한 신심입니다. 그래서 마리아께 봉헌하면 할수록 예수 그리스도께도 봉헌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완전한 봉헌은 마리아께 전적으로 봉헌하는 것 외의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가 가르치려는 신심으로서, 바꾸어 말하면 세례때에 발한 서약과 맹세를 갱신하는 것입니다” (성모님께 대한 참된신심 120항).


 

Totus.png


온전히 당신 것...




(2) 교회와 봉헌
1831년 9월 9일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은 조선교구 설정에 관한 교서를 이례적으로 성마리아 대성당에서 발표했고 제2대 조선교구장인 앵베르 주교의 요청에 따라 1841년 8월 22일에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한국교회의 주보로 정해주셨습니다. 제4대 조선 교구장 베르뇌 주교는 1861년 10월에 한국의 각 선교지역을 성모님과 관련 된 명칭으로 성모님께 봉헌하였고 제6대 리델주교도 1876년 한국을 성모님께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1954년 성모성년에도 한국교회는 성모님께 봉헌되었습니다. 한국 교회의 주보(수호자)가 성모님으로 정해지고 이를 확인하여 성모님의 특별한 전구를 청하는 행위인 성모님께 대한 봉헌은 풍성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한국교회는 박해를 극복하고 신앙의 자유를 얻었으며 성모님의 가장 큰 축일인 8월 15일에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20세기에 들어 성모님은 파티마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발현하셔서 당신의 티없는 성심께 대한 봉헌을 간곡히 호소하고 계십니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에 나의 티없는 성심에 대한 신심을 일으키기를 원한다. 내 티없는 성심은 너의 피신처가 될 것이며, 너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파티마 1917.6.13). 이에 따라 1942년 10월 31일 비오 12세 교황은 전세계를 마리아의 티없는 성심께 봉헌하고 1946년에는 파티마의 성모님을 세계의 여왕으로 대관하고 ‘여왕이신 성모 마리아 축일’을 제정하였습니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청년시절에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라는 책에서 큰 감회를 받고 자신을 성모님께 봉헌하였으며 이 책에서 ‘온전히 당신 것(Totus Tuus)’이라는 문장을 뽑아 교황 즉위 시에 모토로 삼으셨습니다. 1984년 3월 25일 전세계 주교들과 뜻을 합하여 소련은 물론 전 세계를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봉헌하였는데, 그 이후 마침내 소련을 포함하여 여러나라의 공산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하였습니다. 1984년 5월 6일 아침에 명동 대성당에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이하여 겨레와 교회를 성모님께 봉헌했고,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여 또다시 세계 교회를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봉헌하였습니다.

 

 

(3) 봉헌을 위한 준비

봉헌은 곧 세례성사의 갱신입니다. “나는 이 신심이 세례 때 한 약속의 갱신을 뜻한다는 것을 이미 말했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세례 전에는 악마에게 속해 있었기 때문에 악마의 노예였습니다. 그러나 영세 때 자기 입으로 혹은 대부 대모의 입으로 마귀와 마귀의 행실과 유혹을 끊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의 주인 또는 주권자로 삼아 자신을 사랑의 종으로서 완전히 바칠 것을 하느님께 엄숙하게 맹세하였습니다. 마리아께 드리는 완전한 봉헌을 통하여서도 그와 같은 것을 우리는 행합니다. 봉헌 기도문에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마귀와 세속과 죄악과 자기 자신을 끊어버리고 우리 자신을 마리아의 손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께 바치는 것입니다.

 

아니, 이 신심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 이상입니다. 왜냐하면 세례를 받을 때는 다른 사람, 즉 대부 대모의 입을 통해서 말을 하고 그래서 대리인에 의해서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께 바치게 되나 이 완전한 봉헌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또 명백하게 마리아의 손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 자신을 바치지 않고 자기 선행의 모든 가치를 예수 그리스도께 전부 바치지 않으므로 세례 후에 자기가 원하는 사람에게 이를 적용하거나 자신을 위하여 보존할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봉헌을 통해서 우리는 마리아의 손을 거쳐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 자신을 명백하게 봉헌하고 우리 선행의 모든 가치를 바치게 됩니다”(참된 신심, 126항).


 

이 준비 과정으로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는 33일간을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시기인 12일 동안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반대되는 세속정신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둘째 시기의 3주 동안의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의 죄를 통회하며, 성모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기 위한 기도와 묵상에 각각 1주일간 씩을 소요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화-조명-일치 라는 삼단계의 완덕에 이르는 정통적인 길을 따르면서도 성모님을 통한 완전한 봉헌으로서의 세례성사의 갱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9일간의 세속정신과 하느님을 떠난 나의 비천한 처지와 상황인식을 통하여 성모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은총에 전적으로 응답하고 헌신하는 길을 열어줍니다.

 

몽포르성루도비코.jpg

 

여러분을 참 행복과 완덕의 길로 초대합니다!



맺는 말: 세속과 육신과 마귀와의 싸움에서 나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음을 절감했던 어느 시점에 어떤 신부님의 도움으로 성모님을 통한 봉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아 이 과정을 실행하려 했을 때 처음에는 많은 방해와 고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드디어 33일간의 준비와 봉헌을 끝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친 김에 한 번을 더 봉헌하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마리아를 통해서, 마리아와 함께, 마리아 안에서, 마리아를 위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모님께 우리 자신을 봉헌하는 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께 봉헌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께 이르는 가장 빠르고 완전한 지름길로서 성모님께 봉헌됨으로서, 성모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을 통해 나의 몸과 마음 영신적이며 영적인 재화, 즉 과거 현재 미래에 있어서의 모든 공로와 덕과 선행까지도 봉헌하자 예수님을 나의 형님, 나의 친구, 나의 전부로 선물로 주셨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 “봉헌을 위한 33일 간의 준비”,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 전기”, “묵주기도의 비밀”, “마리아를 통해서 성삼위께 봉헌”, “하느님 뜻의 나라 동정 마리아”, “예수님의 눈으로” 등의 책들을 권해 드리며  여러분을 참 행복과 완덕의 길로 초대합니다!


“마리아와 함께 즐겁게 살고, 마리아와 함께 모든 시련을 견디어 내며, 마리아와 함께 일하고, 마리아와 함께 기도하며, 마리아와 함께 여흥하고, 마리아와 함께 쉬어라. 마리아와 함께 예수님을 찾아라. 그리하여 그대의 팔에 예수님을 안고, 예수님과 마리아와 함께 나자렛에서 살 집을 마련하고, 마리아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고, 십자가 곁에 머무르며 그대 자신을 예수와 함께 묻으라.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고, 예수님과 함께 마리아와 하늘나라에 오르고, 예수님과 마리아와 함께 살고 죽으라” (토마스 아 켐피스).

 

< 2001년 12월 평화의 모후  선교회 발행 '메주고리예' 소식지 제 11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