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png 


 마음은 병들고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이었습니다

체나콜로 공동체 제니파 수녀 


” 제 이름은 제니퍼이고 세 자매 중 막내이며 로스엔젤레스에서 왔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한국에서 이민 오셨으며, 매우 열심하신 가톨릭 신자이십니다. 저는 하느님의 존재와 중요함을 믿는 가정에서 성장했고, 미국에 온 후 부터는 재미교포로 살아가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때는 키가 크고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인기있는 미국인 여자가 되고 싶어서 한국인임을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하셨지만 저는 배울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만나는 한국분들이 왜 한국말을 못하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저는 학교 성적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미국 친구들의 생일파티나 그 외의 사교적인 모임에는 가지도 못하고 항상 집에서 공부만 해야 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았으며 외모에 대한 불만도 많았고, 마음속으로는 매혹적이고 시선을 끌 수 있는 패션모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첫째 조건인 완벽한 몸매를 갖추어야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 완벽한 몸매를 갖추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해 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늘 제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살찔까봐 겁이나서 고열량의 음식은 무조건 피했으며, 먹는 음식량을 줄이고 지방은 절대 금지라는 엄격한 규칙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정 반대로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내 마음속 깊이 있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하여, 배가 아플정도로 음식을 마구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 후, 저는 배가 아프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세상의 물질이나 음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결핍증이었습니다. 


항상 거짓 웃음으로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는 척했으나 마음은 병들고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뿐이었습니다. 결국은 여러명의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의 치료도 받아 보았고, 때로는 흥분제까지 복용해 보았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가면을 쓴 거짓 생활을 지탱하면서도, 공부나 운동에서 남보다 잘하기를 원했고, 상을 받고 완전함을 추구하고 인정받음으로써 나의 허전한 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할 때 부모님과 나누던 전화 통화 내용이 생각납니다. 부모님들은 늘 똑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생활은 어떠한지, 돈은 더 필요한지, 몸은 건강한지, 학교생활과 성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그러나 저는 무엇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며,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나의 행복은 어떤 것인지를 마음을 터놓고 부모님과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스페인어와 신학을 공부하라는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자유롭게 이웃을 돕고 사랑하고 싶었지만, 제가 아는 길이란 오직 공부하는 것과 일하는 것 뿐이었지요. 공부에 중독이 되어 있었고, 항상 나는 혼자라는 외롭고 슬픈 마음에 짓눌리며 살았습니다. 


저는 예수님을 통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기에 자주 성당에 가서 기도하곤 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제게는 큰 위안이었으며, 그분의 사랑이 제 생명을 구해주셨음을 지금은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는 있었지만 가슴속 깊이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작년에 엄마의 권유로 메주고리예 순례를 갔었습니다. 저는 묵주기도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성모님의 발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으나, 메주고리예 순례중에 회개하는 체험담에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이 먼저 진심으로 회개하여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꾸어 보고 싶었습니다. 


메주고리예 순례 중에 ‘체나콜로’ 라는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곳 재활원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미소와 평화스러운 눈빛을 보았습니다. 마약 중독자들의 이러한 변화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저도 그곳에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공동체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재활원과 규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예를들자면 TV조차도 없었지만 상관치 않고 제가 직접 목격한 그 공동체 청년들의 기쁨과 평화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생활을 위해서 저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태리에 있는 재활원으로 떠났습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언어의 불편과 새로운 생활로 인해서 재활원의 생활이 무척 불편했었습니다. 재활원에서는 각자의 책임하에 여러 종류의 일이 맡겨지고 있으며, 또한 함께 생활하는 이들이 아주 작은 잘못부터 자신있게 했던 일중에서도 세밀하게 잘못한 일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청소 당번이 되어서 늘 하던 대로 마루를 닦았으나, 그들이 보기에는 겉만 닦은 표면상의 청소였음을 깨우쳐 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 큰 성인으로서 부모님께 꾸중듣는 어린 아이같이 작아지고 부끄러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르침은, 나를 부끄럽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진심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참 사랑도 알았으며, 그분께서는 제가 초라하고 부족하여 완벽하지 못할지라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시는 분이심을 깨달았습니다. 주님은 제가 가면을 쓰지않고, 정직하며 진실되게 살기를 원하고 계심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쁠때나 슬플때도 제 곁에서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제는 제 자신의 부족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진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저의 삶은 메주고리예에서 구원 받았습니다. 지금의 제 모습은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한것입니다. 거룩하신 동정녀 성모님께서 저를 메주고리예로 불러주시어 체나콜로 재활원으로 인도해 주셨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저는 새로운 인생길에서 저를 만나주신 살아계시는 주님께 저의 온 삶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이 머리로만 기도했었지만 이제는 성모님께서 사랑으로 인도해 주시어, 예수님께서 저와 대화 해주시기에, 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기도를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체나콜로 재활원은 세상에 대한 불만속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며, 마약의 환각에 빠져서 세상에서는 구제불능이라고 버림받은 청년들이 자신을 되찾고, 인생의 기쁨과 그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톨릭 공동체입니다. 


체나콜로 공동체는 마약과 알콜에 중독되어, 길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을 구원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고 계신 엘비라 수녀님에 의하여 1983년 7월에 창립되었습니다. 본관은 이태리에 살루쏘에 있으며, 지금은 33개의 재활원이 전 세계와 이태리의 여러지방에서, 약 900명 정도의 남녀 청년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곳의 주 목적은 어둠속일지라도 죽음만이 마지막이 아님을 알려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곳의 청년들에게는 아주 단순하며 낯익은 일상적인 삶의 의무가 주어지며, 노동과 우정의 선물 그리고 믿음 안에서의 주님의 말씀을 되찾게 해줍니다. 그 말씀은 저희를 위해 고통받으시고 돌아가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입니다. 


저희는 예수님 안에서만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뜻없이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삶을 재건해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은 죽음에 생명을 주고, 갇힌 자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눈 먼 자들의 눈을 뜨게 해줍니다. 저희들은 당신과 함께하는 일상생활의 삶 속에서 주님의 목격자가 되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모든 희망을 잃었던 얼굴에서, 다시 찾은 희망과 기쁨의 미소를 매일매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곳 재활원에는 약국도 없으며, 의사들의 다른 의학치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새로 공동체에 온 이들의 중독은 어떤 약으로도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약은 ‘수호천사’ 입니다. 공동체 생활에 어느정도 안정이 된 그들은 먼저 공동체에 들어온 선배들입니다. 수호천사의 책임은 영육간의 몹시 허약해진 새로 온 청년을 위하여, 24시간 옆에 있으면서 함께 고통받고 같이 울어주면서, 사탄과 중독된 약물의 유혹을 물리치는 힘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이 기간은 두 청년들의 인생에서 몹시 중요한 시간입니다. ‘수호천사’ 역활을 하는 청년은 고통속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며 자신의 지난 삶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새로 온 청년은 약이나 의학적인 치료조차 없는 재활원에서, 어쩌면 그동안의 자신의 인생에서는 처음일지도 모르는, 이익을 찾지 않고 진심으로 순수한 마음에서 자기를 걱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공동체에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또 배우려 하지도 않았던 삶의 참 의미를 배우게 됩니다. 청년들이 기쁨과 쾌락을 분별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당연합니다. 항상 눈앞의 쾌락을 추구해 왔으며, 고통을 통해서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저희들에게는 그런 것은, 힘도 없고 나약하고 미력한 사람들이 하는 쓸데없는 짓인줄로만 알았으나, 이제는 그 모든 고통 뒤에 느낄 수 있는 큰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을 체험한 사람은 더욱 더 이웃을 진심으로 도울 수 있으며,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 공동체에서 머무는 기간은 대략 3~4년 정도이지만 언제까지라고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엘비라 수녀님께서는 “기도하는 자의 생활을 평생 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다면 새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공동체의 생활은 표면상으로는 단순하지만 아주 풍부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우정을 바탕으로 기도하는 자의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저희들은 ‘사람’이 돈과 직업이 물질적인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알게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같이 살아가는 친구들 동지들과 함께, 주님과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저희들은 새로운 삶을 향한 어려움을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진실된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체나콜로에서 배우도록 도와주신 예수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립니다. 


 < 2001년 6월 평화의 모후 선교회 발행 "메주고리예' 소식지 제 6호에서 >


[체나콜로 재활원은 마약에 중독되어 뒷골목에 버려진 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과 성모님께 의탁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메주고리예 성모님의 열매’ 중의 하나라고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회원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살아왔던 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회개하며, 재활 과정이 끝나면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 하루를 기도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동체는 재활원 가족들이 만드는 성물들을 판매하며 독지가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