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jpg

그분은 사랑의 선물을 청하신다


114 - 1976년 12월 24일 예수 성탄 대축일 전야

티 없는 내 성심이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들아, 이 성탄 전야를 나와 함께 지내려무나. 기도와 침묵 가운데 이 천상 엄마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서 말이다. 오늘도 그때처럼 내 아들 예수께서 탄생하신다.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들아, 그때처럼 오늘도 그분 께서 오심을 너희가 맞갖게 준비해야 한다. 나는 몹시 피곤한 여로의 막바지를 내 정배 요셉과 더불어 가고 있다. 의롭고 순 결하고 겸손하고 굳센 요셉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특히 그 순간 에 내 소중한 협력자가 되도록 택하신 사람이었다. 

나는 여행의 피로와 심한 추위를 느꼈다. 도착의 불확실성,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도 느꼈다. 하지만, 곧 너희에게 낳아 줄 내 아기 예수님과 더불어 줄곧 완전한 황홀에 잠겨 있었으므 로, 세상과 세상 사물과는 아득히 먼 곳에 있는 느낌이었다. 나 를 이끌어 간 것은 오로지 천주 성부께 대한 신뢰였다. 성자를 기다리는 감미로움이 나를 살며시 흔들고 있었고, 성령 안에서는 다만 그 충만한 사랑만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엄마인 내가 머물 집을 생각하자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피신처를 마련해 주셨고, 또 내 아기 예수님을 누일 요람 생각을 하자, 벌써 구유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에는 과연 온 천국이 그 하나의 동굴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하여, 피로가 우리를 엄습했을 때, 또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거듭된 거부로 인간으로서의 기력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이 동굴만은 '빛'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천상 빛'이 열려 어머니의 장엄한 기도를 받아들였고, 그 빛 속에서 거룩한 선물인 성자를 낳기 위해 내 동정의 태가 열렸던 것이다. 

각별히 사랑하는 아들들아, 나와 함께 그분의 가슴에 첫 입맞춤을 드리려무나. 나와 함께 그 심장의 첫 고동 소리를 들어 보고, 그 눈을 들여다보는 첫 사람이 되려무나. 그분의 첫 울음소리, 기쁨의 첫 소리, 사랑의 첫 외침을 들어보려무나. 그분은 다만 너희의 위로만을 원하신다. 그분은 너희 사랑의 선물을 청하신다. 애정을 다하여 그분의 조그만 팔다리를 꼭 껴안아 드려라. 따뜻한 체온이 얼마나 필요하냐! 세상 모든 얼음에 둘러싸여 계시니, 오직 사랑의 온기만 그분을 위로할 수 있을 뿐이다. 

교회는 그때부터 해마다 이 신비를 재현한다. 그때부터 내 아들 예수님은 언제나 너희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신다.  오늘날에도 세상은 그분을 거부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그분 앞에서 문을 닫아버린다. 세상의 한다한 사람들은 그때처럼 그분을 무시한다. 그러나 '작은' 이들의 마음은 열려 있다. 단순한 이들의 기대는 채워지고, 순결한 이들의 삶은 받은 빛으로 빛난다. 이 '거룩한 밤' 에,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들아, 나는 내 아기 예수님을 너희에게 맡기고자 한다. 너희 마음의 요람에 그분을 누인다. 너희 사랑이 크나큰 불꽃으로 타오르기를! 그 불꽃으로 나는 온 세상의 사랑을 불붙여야 한다. 

( 2016년 발행 '평화의 모후' 소식지 제74호에서 ...)

파-9.jpeg

파-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