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에 있든지 나의 주님, 당신을 사랑하고 찬미함이 나의 유일한 위안이게 하소서.

나무들은 당신을 알지 못하면서도 진실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찬나리와 수레국화도 당신의 현존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검은 구름도 당신에 대해 명상하면서 천천히 하늘을 가로질러 흘러갑니다.

마치 놀면서 자기들이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의 한가운데서 나는 당신을 알고 당신의 현존에 대해서도 압니다.

나는 그들과 내 안에 당신 사랑이 있음을 알지만 그들은 모릅니다.

더욱이 내 안의 나는 당신 사랑의 현존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오, 당신이 먼저 그 사랑을 내게 주셨고,

또 당신이 나를 사랑하시지 않았다면 결코

내 가슴속에 있을 수 없을 친절하고도 강렬한 사랑이여!

 

당신의 마음을 한 번도 상하게 해 드린 적이 없는 이 존재들 가운데 나는 당신께 사랑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린 나인데도 말입니다.

당신께서는 하늘 아래 존재하는 나를 보시면서도 나의 무례한 행위를 잊으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나는 한 가지만 청합니다.

나의 무례함에 대한 나의 기억 때문에

사랑의 선물을 내 가슴속에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청합니다.

그 사랑은 당신께서 나에게 불어넣어 주신 것이기에, 내가 무가치하기에 그 사랑을 받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나는 오직 당신을 더욱더 사랑할 것이며, 당신의 자비를 한층 더 찬미할 것입니다.

내가 죄인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나의 사랑은 나 자신의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당신의 것이기에 그것이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사랑은 당신의 아드님에게서 나오는 까닭에 당신께 소중한 것이며, 그 사랑은 나를 당신의 아들로

만들어 주는 까닭에 더욱더 당신께 소중합니다. 


                                                                                  고독속의 명상      토머스 머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