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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이제 예전의 제 친구 에스텔라가 아니었습니다...

친구 에스텔라의 임신과 낙태


제가 열세 살이 되었을 때 제 친구 에스텔라가 임신을 했습니다. 그녀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제게 말했을 때, 제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근데 너 피임약을 먹었잖아?”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소용이 없었어.” “그래서 이제 넌 어떻게 할 건데? 애기 아빠가 누구니?” “모르겠어.” 나들이 갔을 때였는지 아니면 축제 때였었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약혼자인지 아닌지도 그녀는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제게 말했습니다. “그냥 그 사람(약혼자) 아이라고 말할 거야.”  그리고 5월에 제 친구 에스텔라와 그녀의 가족들이 휴가를 떠났는데,  그때 이미 그녀는 임신 5개월째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왔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임산부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배가 부른 임산부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시체 마냥 말라 있었습니다. 그녀는 너무 창백해 보였으며, 그렇게도 명랑하고 외향적이며 생기발랄했던 소녀의 모습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예전의 제 친구 에스텔라가 아니었습니다. 

 

 잘 아는 사실이겠지만 십대 소녀들 중 미사에 참례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다니던 수녀원 부설 학교에서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수녀님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해야만 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신부님은 이미 나이가 드셨기에, 미사를 끝내기까지 점점 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우리에게는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했던지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미사 제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미사 시간 내내 놀고, 수다 떨고 웃기만 했습니다.  

 

러던 어느 날 멋지게 생긴 젊은 신부님이 우리 학교에 부임해 오셨습니다. ‘저렇게 멋지게 생긴 남자가 신부가 되다니 너무 아깝네.’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때부터는 그 신부님을 상대로 일을 꾸미며 미사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 중 누가 그 젊고 잘생긴 신부님을 유혹할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일을 꾸였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악마의 그 같은 추악한 행위가 젊고 순수한 사람을 어떻게 궁지로 내모는지를 말입니다. 학교의 미사 중 수녀님들이 먼저 영성체를 한 후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비록 우리 중 아무도 고해성사를 받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누가 신부님을 유혹하는 데 성공할지 내기를 걸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체를 영하러 나갈 때 가슴이 보이도록 블라우스를 열어 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이 성제를 건네주실 때 손이 떨리는 바로 그 사람이 신부님의 눈길을 끈 가장 멋진 가슴을 지닌 것이라고 정했습니다.  아, 우리 영혼이 얼마나 사악하고 못된 생각을 지녔었는지… 우리는 순진하게, 이 모든 것을 단지 재미있는 장난으로 여겼습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자신을 어디까지 타락시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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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친구 에스텔라가 방학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이런 장난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엔 일을 벌이기 좋아하고 쾌활한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늘이 서려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을 때, 그녀는 낙태 수술 자국을 보여 주었습니다. “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엄마가 알고는 그 즉시 내 손을 잡고 자동차에 태워서는 산부인과 의사한태로 데라고 갔어. 그리고는 엄마가 의사 선생님에게 말했어. ‘우리 애가 임신했어요.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비용은 청구하세요. 대신 가능한 한 빨리 얘를 수술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세상에 소문이 나지 않게 해 주세요.”  

 

제 친구는 이야기를 마친 후 옷장을 열어서 유리병 하나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 안에는 낙태된 태아가 에탄올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이였습니다. 이미 사람의 꼴을 갖추고 있었고 실험실의 개구리마냥 그 유리병에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딸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늘 기 억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리병의 뚜껑에는 피임약 통이 놓여 있었습니다. 다시는 약 먹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지요. 잔인하다고 해야 할지 끔찍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저는 그날 일종의 충격을 받아서인지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것에 대한 잔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죄가 한 사람을 어떻게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보십시오. 정신적으로 눈이 먼 엄마가 자신의 딸을 의사에게 데리고 가서는 원치 않은 생명이라며 한순간에 지워 버리는 것을 보십시오. 그리고 피임약 먹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낙태시킨 태아를 매일 눈앞에 들이대는 그 잔인함을 보십시오. 매번 옷장을 열 때마다 자신의 아이를 쳐다보며 약 먹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것은 정말이지 정신과 영혼이 병들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행동이며 그야말로 악마의 사주에서 나온 행동입니다. 만일 우리가 죄를 지으면서 악마에게 자기 영혼의 문을 열어 놓고는 가톨릭 사제가 주는 고해성사를 통해 그 죄를 씻어 내지 않는다면 악마는 반드시 이런 짓을 합니다.  


제가 친구에게, 낙태 시술을 받을 때 마음이 아프지 않았는지 고통스럽지 않았는지 물었을 때 그녀는 반어조로 대답했습니다. “내가 왜 슬프게 지내야 하지? 그 정도의 아픔을 참아 내는 것은 내가 평생 그 아이를 데리고 헤쳐 나가야 하는 것에 비하면 결코 고통이라고 할 것도 없어! 그것으로 문제가 그냥 간단히 해결됐잖아!”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녀의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심한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그녀는 환각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그녀는 제게도 한번 시음해 보라며 권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서워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약을 먹게 되면 편안한 느낌이 들고, 마치 구름 속에 있는 듯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에 솔깃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그것을 체험해 보도록 열심히 설명하며 권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마약을 하게 되면 폼에 냄새가 나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어머니가 사실을 알게 되면 저를 죽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기에 만일 알게 되면 저를 죽일 것 같았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제가 마약을 안 한 것은 제 수호천사와 어머니의 기도 덕분입니다. 


주님께서 제 “생명의 책”에서 보여 주신 바에 따르면 제가 마약을 하지 않은 것은 어머니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 그것을 하지 않도록 주님께서 제게 은총을 내려 주신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저를 지켜 준 것은 어머니의 묵주기도였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는 제가 그녀와 함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를 비난하고 따분한 사람이라고 소리치며 저와 언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친구에게 동조할 수가 없었습니다. 딸을 위해 하느님께 매달리며 기도했던 그런 어머니가 계셨기에 제가 받을 수 있었던 큰 은총이었습니다. 이처럼 기도는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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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에 순결을 잃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16세 때 첫 약혼자를 만났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의 압력이 다시 거세졌습니다. 그때 아직 처녀였던 저는 그들 가운데 낀 악당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약혼자가 생겼으니 잘됐다며 저를 다시 몰아 붙였습니다. 그때까지는 결혼 상대자가 없으니 하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버렸지만 더 이상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친구 에스텔라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만일 나도 너처럼 임신을 하게 되면 어쩌지?”  그녀가 말했습니다. “괜찮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요즘 다른 방법이 생겼거든. 콘돔 말이야.” 자기 때는 약만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피임약 다섯 알을 줄 테니 안전하게 하기 위해 한 번에 다 먹으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콘돔을 사용해야 하며, 그러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런 황당무계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친구들과의 사이가 나빠질까봐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마침내 일이 벌어졌을 때 순결을 잃어버린 처녀는 그 자신을 앓게 된다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옳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안에서 무언가 사라져 버렸다는 공허함이 저를 압도했습니다. 마치 다시 되찾을 수 없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친구들이 그토록 떠벌렸던 “흥분된 경험”을 통해 제게 남은 것은 단지 실망, 후회, 엄청난 슬픔뿐이었습니다.  섹스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도 젊은이들이 그것에 열광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제 느낌으로는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정들이 정말이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어서 결국에는 하느님과 그분의 계명에 무뎌지도록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청년시절 68운동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이들이 나이가 들어서 자기들이 얼마나 잘못된 길을 걸었는지 스스로 깨달았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또한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또 후손들에게까지 얼마나 큰 손해를 입혔는지 알게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제 경우, 순결을 잃은 후에는 그냥 한없이 슬프기만 했고, 집에 돌아가야 할 때 엄청난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어머니가 분명 제게서 뭔가를 눈치 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 후에 저는 어머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저지른 일을 어머니가 제 눈에서 읽어낼 수 있을 거라는 걱정 때문이었지요. 저는 친구들에게 화가 났고 그래서 매우 성을 냈습니다. 또 제가 그처럼 멍청하게 그들의 말을 따라서 저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또 친구들과의 사이를 염려해서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에 저 자신에게도 무척 화가 났습니다. 


제 친구 에스텔라의 조언과 그토록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첫 성관계로 인해 저는 임신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16세 소녀가 임신이라는 현실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과 걱정을 여러분은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임신과 동시에 제몸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걱정이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뱃속 아기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점점 강해졌습니다.  저는 약혼자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는 크게 당황하며 어찌할 줄 몰라 했습니다. 저는 열여섯 살, 그는 열일곱 살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이렇게 말해 주길 기대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당장 결혼하자.”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런 일로 우리의 인생을 망치면 안되니 아이를 지워 버리자.”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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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을 맞았습니다 / 글로리아 폴로 오르티츠 / 아베마리아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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