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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 - 요한 19,27 -




                                                                                                                                                                                  김한기 시몬 신부  



7월 5일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 성인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다. 이 축일을 지내면서 한국의 성직자 뿐만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성직자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거룩한 순교 정신과 사제적 영성을 본받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몸바치려는 열성과 헌신적 삶 이야말로 동서고금과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 모두에게 특히 하느님의 양떼를 돌보는 사제들에게 요청되는 자세라 할 것이다.

 

최근 New York Times 지의 5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뉴욕 맨하탄에서 잠비아의 Milingo 라는 대주교가 한국인 성마리아씨와 통일교 교주 문성명의 주례로 혼인식을 올렸다고 한다. 이 혼인식에는 전직 신부였던 George Augustus Stallings Jr.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60여명의 다른 커플들과 혼인식을 올린 것으로 되어있다.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인 71세의 밀링고 대주교는 38살의 젊은 나이로 주교품에 올라 그동안 계속 엑소시즘(악마 추방), 신앙치유(Faith Healing) 등으로 교황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아 오다가 지난 82년 교황청으로부터 소환을 받아 잠비아 루사카 지역의 교구장 직에서 물러났고, 이 후 이태리에 와서 지내면서 계속 불법적인 일을 자행해 오다가 오늘의 이런 비참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또 필자가 머무르고 있는 Rockville Center 교구는 어떠한가? 최근 Suffork County 내의 East Meadow 의 Michael Hands 신부가 아동 성추행으로 체포되어 그에 대한 재판 절차가 진행중에 있다. 필자가 있는 St. Aloysius 성당의 Msgr. Alan Placa 가 그의 변호인으로 지금 활동하고 있어서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 인근의 Brooklyn 교구는 어떠한가? 지난 해, 교구 내 몬시뇰이 공금 횡령 혐의로 물의를 일으키게 되자 교구는 검찰에서 그를 소환하기 전에 재빨리 그를 캐나다로 피신 시켰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미 서부의 어떤 교구장 주교도 동성애에 연루되어 소속 교구 사제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등 스캔들에 연루되어 교구장 직에서 물러난 일이 있다.

 

같은 성직자의 입장으로서 이 모든 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여겨지며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같은 동료의 입장에서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어야 한다고 느낀다. 신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사제들의 거룩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고, 세속화되어 있으며 타락한 모습, 이것이 어쩌면 나를 비롯한 우리 모든 성직자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해외 한인 교회에서 일어나는 공동체의 분규와 갖가지 문제점들도 어쩌면 사제들의 거룩하지 못한 모습, 세속에 물들고 타락한 모습에서 그 빌미를 제공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오롯한 마음으로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독신 생활을 서약하는 사제들이 세속의 유혹과 악에 떨어져 자신은 물론이요, 자신에게 맡겨진 공동체와 양들을 저버린다면 그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을 것이다.

 

사제들을 모든 어려움과 유혹에서 건져줄 수 있는 분은 근원적으로 하느님이시지만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낳아 기르시고 인류 구원의 중재자가 되신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성모님께서는 모든 이가 유혹에 빠지지 않고 참된 회개를 위해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라고 하셨지만 특히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당부하신 것이다. 왜냐하면 사제들에게는 많은이들이 달려있으며 목자인 사제들이 영육간에 건강할 때 그들에게 달린 양들도 안전한 보호와 보살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갖가지 위험과 현대의 세속주의 물결아래 사제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주님 앞에 서약한 독신제, 정결이 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깨끗함과 거룩함의 상징인 성모님의 전구하심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가 사제서품을 받기 전, 중국 상해를 향해 배를 타고가며 성모님께 의탁하고 기도 하였던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1845년 천신만고 끝에 어떤 교우의 도움을 힘입어 서울에 도착한 김대건 안드레아는 극도로 쇠약하여 근 두 주일을 병상에서 보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할 전교신부를 이 나라에 인도하기 위해 자신의 모친에게도 귀국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십여 명의 농민과 어부를 데리고 한 척의 작은 목선으로 중국 상해를 향해 바다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러다가 바다 한가운데서 돌연 큰 풍파를 만나, 배는 파선의 위험을 당하게 된다. 그 때 모든이는 죽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대건 안드레아는 유일한 희망이신 거룩한 동정 성모마리아의 상본을 사람들에게 보이며 “두려워하지 마시오, 자!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 곁에 계셔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모든 폭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기도로써 시련을 이겨내며 기도로써 여러 날을 항해 한 후, 무사히 연안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1845년 8월 17일 상해 근처 ‘김가항’에서 한국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게 된다. 이는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성모 신심이 얼마나 깊었던가를 잘 엿볼 수 있는 이야기라 할 것이다.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Totus tuus' (온전히 당신 것)라고 하시면서 자신의 주교직을 오로지 성모님께 봉헌하였듯이 우리 사제들도 성모님께 우리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면서 세속의 온갖 위험과 유혹에서 건져주시길 간구하고 특별히 모든 사제가 사제 독신제에 충실하여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오롯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칠 수 있는 사제적 삶에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자들도 사제들의 탓과 허물을 지적하기에 앞서 사제들을 위해 아낌없이 기도해 주시고 사제들도 모든 점에서 나약한 본성을 지닌 자들임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의 희생을 바치고 애정어린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2001년 7월 평화의 모후 선교회 발행 '메주고리예' 소식지 제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