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모 신심을 갖게 된 것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모님께서 우리를 예수님께로...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어머니께로 우리를 이끄신다.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내 안에 자리한 성모 신심은 가족과 바도비체 에서 온 것이다. 지금도 그곳 성당의 한쪽에 있던 소성당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 소성당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께 봉헌되었는데, 나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갈 때마다 거기에 들러 기도했다. 오후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많은 학생들이 거기 와서 성모님께 기도하고 집으로 향했다.   바도비체의 언덕에는 가르멜 수도원이 있었으며, 거기서는 성모님의 갈색 스카풀라를 전파했다.  바도비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수도원을 자주 찾아갔으며, 덕분에 갈색 스카풀라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나도 거기서 갈색 스카풀라를 받아 지니게 되었는데, 아마도 열 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 스카풀라를 지금도 지니고 있다.   고해성사를 받기 위해서는 바도비체 사람들은 가르멜 수도원으로 갔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거기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를 때까지 살았는데, 그곳 가르멜 수도원과 우리 마을 본당은 내안에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자라나고 형성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사제성소가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던 시절에 내 안의 성모 신심도 더 깊어지고 단단해졌다.

성모님께서 우리를 예수님께로 이끄신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어머니께로 우리를 이끄신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성모님께 대한 나의 신심에 의문을 제기한 순간이 있었다. 성모 신심이 너무 커지면 예수님께 대한 공경을 방해하고 그 우선권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무렵에 몽포르의 루도비코 마리아 그리뇽 성인의 저서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나는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성 루도비코의 이 책은 약간의 과장된 바로크 양식의 문체로 서술되었지만 그 안에 포함된 진리의 본질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저자는 수준급의 신학자이다.  성모님께 대한 그의 사고는 삼위일체의 신비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진리 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데려가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살게 하신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바로 이 무렵에 나는 교회가 하루에 세 번 삼종기도를 바치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이 기도문이 중요한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 …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 가운데 계시나이다….”

이 기도문은 실로 중요한 말씀이다!  이는 인류사에 일어난 가장 중대한 사건의 핵심을 언급하고 있다.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 덕분에 나는 확실히 새로운 측면에서 성모님께 대한 신심의 모든 보물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는 새로운 의식으로 성모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루도비코 성인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 120항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완덕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분과 일치하고 그분께 봉헌되는 데 있다. 그러므로 모든 신심 중에서 가장 완전한 신심은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르며, 그분과 일치하고 그분께 자신을 봉헌하는 신심이다. 그런데 모든 조물 가운데 마리아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가장 친밀하게 일치하셨다. 따라서 모든 신심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예수님께 가장 잘 봉헌하게 하고 친밀하게 일치시키는 신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대한 온전한 신심이다. 그래서 마리아에게 봉헌하면 할수록 예수 그리스도께도 봉헌하는 것이 된다.”

                                                                                                (마리아지 2012년 11․ 12월호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