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교황 레오 14세 강론

2026년 1월 1일 · 성 베드로 대성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새해의 첫날인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며, 전례 안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축복의 말씀을 듣습니다.

 

“주님께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시고 너희를 지켜 주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너희에게 비추시고 은총을 베푸시며,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너희에게로 돌리시어 평화를 주시기를.”

(민수 6,24-26)

 

이 축복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 안에서 봉헌이 지닌 거룩하고 생명력 있는 의미를 드러냅니다. 인간이 자신이 받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할 때, 하느님께서는 창조의 첫 순간처럼 자비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응답하십니다.

 

이 축복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해방된 백성이었습니다. 노예살이 속의 편안함 대신, 자유라는 선물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광야의 길은 쉽지 않았지만, 그 길은 미래를 향해 열린 길이었고 지혜의 율법과 약속의 땅을 향한 희망의 여정이었습니다.

 

새해의 문턱에서 전례는 우리에게도 말합니다. 매일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이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그리고 우리 자유의 응답 덕분입니다. 다가오는 한 해는, 하느님께서 함께 걸어 주시는 열린 여정입니다.

 

우리는 마리아의 하느님 어머니 되심의 신비 안에서 이 진리를 다시 바라봅니다. 마리아의 “예”를 통해, 모든 자비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 주셨습니다. 그분의 눈길을 통하여 아버지의 사랑은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 삶을 조용히 변화시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합니다. 하늘의 별을 다스리시는 분께서 여인의 품에 안기셨고, 생명의 빵이신 분께서 인간의 배고픔을 겪으셨다고. 이는 아무 조건 없는 사랑, 완전히 내어주시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장하지 않으신 모습으로, 우리를 무장 해제시키시는 분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세상은 힘이나 배제로 구원되지 않습니다. 이해와 용서, 해방과 환대 안에서 참된 평화가 자라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대축일에, 그리고 새해의 시작에, 믿음으로 구유 앞으로 다가갑시다. 그곳은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의 자리이며, 하느님의 축복이 머무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미하며 영광을 드리기 위하여 다시 길을 떠납시다. 이것이 앞으로의 날들,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 삶 전체를 향한 우리의 다짐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황 레오 14세